김연아의 플립 점프가 달라졌다??
선수가 몸에 익힌 점프는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흔히 Muscle memory라고도 하는데,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정밀하여 수초분의 일 수준의 동작의 변화(discriminative)도 기억하는 아주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걷고, 뛰고, 말하는 일상적인 운동부터 보다 전문적인 운동까지 이 시스템은 우리의 몸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말한다.
"지난 시즌과 플립 점프가 '미묘'하게 다르다." "토픽 찍는 타이밍이 다르다." "점프 타이밍이 더 느려진 것 같다."

인간의 동체 시력의 한계는 초당 14프레임 정도를 구별하는 것이다. 뇌는 무의식 적으로 영상을 걸러 초당 14장의 그림을 만들어 정보를 인식한다. 그리고 그것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느낀다. 이 수준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도 20프레임 이상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영상이 30프레임, 40프레임, 60프레임으로 올라갈 수록 흐름이 좀 더 부드럽다고 느낄 뿐, 의식적으로 어떤 변화를 잡아내지는 못한다.

그 '미묘'함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아무런 증거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니컬 패널은 롱에지 판정을 내렸고, 미묘함 속에 이 걸출한 선수의 뛰어난 점프는 미묘하게 변한 것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연아 선수의 점프가 과연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인간의 동체시력이 잡아 낼 수 있을 만큼의 변화가 있는 것일까? 비시즌중 점프의 변화가 생겨 e를 받은 것일까?

아래의 그림은 초당 29.97프레임의 영상으로, 필자의 flip & lip영상에도 등장했던 2007 세계선수권 쇼트 프로그램의 플립과, 2008 스케이트 아메리카 쇼트 프로그램의 플립, 롱에지를 받았던 2008 컵오브차이나 쇼트 프로그램의 플립을 비교해 보겠다.



(주 - 상단 : 08 스케이트 아메리카 / 하단 왼쪽 : 08 컵오브차이나 / 하단 오른쪽 : 07 세계선수권 / 1프레임 = 약 0.03초)

1. 3-턴을 도입하는 자세에서 캡쳐된 사진이다. 발의 자세, 심지어 팔의 위치까지 동일한 상태이다. 이 상태를 기준으로 다음 동작을 보자.




2. 11프레임 뒤. 3-턴 후에 프리렉을 들어 토픽을 준비하고 있는 자세이다. 순방향의 힘이 아주 잘 유지되고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3경기 모두 동일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3. 6프레임 뒤, 플립을 도입하려고 프리렉을 최대지점으로 들어올리고 있다. 어떤 선수는 프리렉을 더 들어올리는데, 딱 저 수준으로 드는 게 좋다. 프리렉을 너무 많이 들어올리면 점프 타이밍이 늘어지고 균형이 무너진다. 왼쪽 스케이팅 파트의 팔은 앞으로, 프리렉 파트의 팔은 뒤로, 이때부터 몸과 팔은 순방향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팔을 들어올린 수준도 꼭 같다.




4. 4프레임 뒤. 도약 순간. 토픽을 찍었다. 명백한 인사이드 에지를 볼 수 있다. 양 팔은 순방향으로 돌리며, 몸도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상태이다. 컵오브차이나 영상에서 종아리가 길어보이는 것은 HD영상이 아닌 영상을 옆으로 늘려놓아서 생긴 현상이다.




5. 1프레임 뒤. 토픽을 찍고 도약발은 순방향으로 밀려 올라가며, 몸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흔히 프리로테이션이라고 부르며, 플립 점프는 프리로테이션 과정에서 어깨의 정렬 (shoulder square)이 나타난다. (참고로 러츠와 립은, 토픽 찍을 때 이 현상이 나타난다.) 러츠나 립과 구분되는 아주 특징적인 현상이다. 트리플 플립에서는 더블이나 싱글보다 shoulder square가 아주 짧은 순간 나타나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분명 그 순간은 존재한다. 개념 자체가 어려울 지도 모르겠는데, shoulder square는 몸을 곧게 정렬함으로서 "이제 나 공중으로 도약해요!"하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된다.
shoulder square후에, 도약발의 빙면으로 미는 힘과 토픽을 치는 힘으로 생긴 회전력과 도약력을 통해 공중으로의 완전한 도약이 일어난다.




6. 15프레임 뒤, 공중 회전의 모습. tight하고 매끄러운 cylinder 모양의 완벽한 공중자세이다.




7. 6프레임 뒤. 프리렉이 풀리면서 착지하는 순간이다. 이쯤 되면 세 점프가 완전히 같다는 것을 눈이 있다면 모두 깨달았을 것이다.세 경기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 착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심지어 프리렉의 풀리는 정도도 똑같다.




8.  15프레임 뒤. 트리플 토룹을 연결하려고 랜딩하는 발을 많이 굽혔다. 그리고 프리렉은 쫙 뻗었다. 프리렉의 뻗은 각도나 손 동작 모두 똑같다. 셋다 완벽한, 그리고 똑같은 플립 점프이다.



어떤가? 이 교과서적인 점프는 그때나 지금이나 이 상태 그대로 완벽하다.
단지, 변하는 것은 보는 사람의 흔들리는 마음이고 편견일 뿐이다.
만약 에지를 바꿔썼다면, 이렇게 전반적인 점프과정에서 0.03초 단위로 끊어 작정하고 분석한 영상에서 이런식으로 타이밍이 같을 수가 없다.
이 점프에 롱에지 판정을 내린 것은 심판이 플립 점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동시에 100년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뛰어왔던 플립 점프를 부인하는 것이다.


by 탸푼 | 2008/11/09 22:30 | 피겨스케이팅 | 트랙백(3) | 핑백(1) | 덧글(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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